메타데이터
항목 ID GC05801615
한자 民俗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지역 전라북도 진안군
집필자 이상훈

[정의]

전라북도 진안군 민간에서 전승되고 있는 생활 풍속.

[개설]

민속은 민간의 문화, 풍속, 관습 등 문자로 기록되지 않는 생활 문화를 말한다. 대체로 기록 문화를 지배층·상류층의 문화라고 한다면, 구전 문화는 피지배층·하층민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지배층 문화는 통치자·지배자 등 개인적 성향이 강하며, 피지배층 문화는 마을과 고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상부상조하는 집단적인 성향이 강하다.

민속은 민간 계층의 주민들이 자연 환경에 대응하여 살아가는 공동체적인 삶의 방식을 말한다. 마을과 고을 단위로 주민들이 살아가는 데 불안 요소를 제거하고, 위험하고 불안정한 현실을 극복하는 대응 방안으로 민속이 형성되고 축적된 것이다.

민속은 민중들의 삶속에 일상적·집단적·유형적으로 되풀이되어 누적된 지식·기술·행위 등의 총체적인 문화 현상이다. 민속은 인간이 자연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또한 자연 환경의 차이에 따라 민속은 다르게 표출된다.

[세시 풍속]

세시 풍속은 세사, 월령, 시령이라고도 불렸다. 연간 생활 과정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리듬을 주었으며 활동적인 생활을 영위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명절도 계절에 따라 행사 내용이 결정되고 그것은 다시 월령에 의하여 달마다 행사가 구분하여 행하여졌다. 월령은 농업 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로 세시의 행사도 농업의 개시, 파종, 제초, 수확, 저장 등 생산 활동의 계절적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정월은 새해가 시작되는 달로 새로운 시작에 따른 다양한 의례가 행해졌다. 진안군에서 정월에는 설날, 초사흗날 당산제, 입춘축, 정월 대보름 놀이 등이 있다. 그밖에 2월 초하루, 3월 삼짇날, 한식, 4월 초파일, 5월 단오, 6월 유두, 삼복, 7월 칠석, 백중, 8월 추석, 9월 중양절, 10월 시제, 12월 동지 등의 세시 풍속을 지켰다.

1. 설날

설날 아침에는 조상을 위해 차례를 올리는데 이를 ‘명절 제사’라고 한다. 새해를 맞이한 것을 기념하여 지내는 것이다. 집안에 어른이 계시면 설날 아침에 떡국을 끊여 어른에게 올리고 그 앞에서 먼저 세배를 올린다. 그런 후에 차례를 모신다. 진안군 진안읍 종평 마을에서는 차례를 마친 후 집안 어른에게 세배를 드리고 옷을 갖추어 입고 동네 어른들을 찾아뵙는다. 마을의 상노인과 중노인에게 세배를 올리는데, ‘과세는 편히 쇠셨습니까!’라고 덕담을 건넨다. 세배는 초사흗날까지 다니는데 그 후로 가면 늦었다고 흉이 된다고 한다.

설날이 되기 전에 광목에 물을 들여서 아이들의 설빔을 짓는데, 형편이 넉넉하면 색동저고리를 만들어 입지만 여의치 않으면 흰색으로 지어 입힌다. 광목은 처음에 약간 붉은 색을 띠는데 물에 적셔서 말리고 다시 적셔서 말리기를 반복하면 하얗게 된다. 하얗게 된 천으로 옷을 짓는다. 7~8세의 어린 아이에게는 주머니를 만들어 채우는데 빈주머니로 채우면 좋지 않다고 하여 1원이라도 넣어서 채운다.

차례를 마친 후 상에 올린 숭늉에 성주와 조상에게 올렸던 메를 조금씩 담아서 대문 앞에 짚을 놓고 쏟아 둔다. 이 밥은 ‘물밥’이라고 하는데 까마귀와 까치를 대접하는 것이다. 이를 ‘까마귀, 까치 밥 주기’라고 한다.

2. 입춘

입춘은 새해의 첫째 절기이기 때문에 농경의례와 관련된 행사가 많다. 입춘이 되면 집집마다 입춘축(立春祝)을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인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과 같은 내용이 보편적이나 ‘문을 여니 만복이 오고 땅을 쓰니 황금이 나온다[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와 같은 다양한 기원을 연이어 써 붙이기도 한다.

입춘축 붙이는 행사는 진안군 대부분의 마을에서 볼 수 있다. 진안군 부귀면 두남리 회구룡 마을에서는 입춘에 좋은 글귀를 쓴 입춘축을 대문이나 기둥에 붙인다. 절에서 ‘입춘대길 만사여의형통(立春大吉萬事如意亨通)’이라 쓴 입춘 부적을 준다. 진안군 진안읍 물곡리 종평 마을에서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이란 입춘축을 붙인다. 동향면 능금리 능길 마을에서는 입춘축을 입춘 날 입춘 시에 맞추어 붙인다. 부귀면 두남리 회구룡 마을에서는 입춘에 보리밭에 나가 보리 뿌리로 점을 치기도 했다. 보리 뿌리가 세 개가 나 있으면 그해 풍년이 들고 한 개나 두 개가 나 있으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3. 정월 대보름

음력 1월 15일 정월 대보름은 일 년 가운데 가장 많은 의례와 놀이가 집중된 날이기 때문에 세시적인 의미가 많이 부여된 중요한 날이라고 볼 수 있다. 정월 초하루인 설날은 혈연 중심적인 명절인데 비해 정월 대보름은 보다 지연 공동체적인 성격을 지닌 명절이다. 부귀면 두남리 회구룡 마을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잡곡 밥 짓기, 아홉 번 행동하기, 노두 놓기, 거리제, 화재 막이, 절구질하지 않기, 칼질 하지 않기, 식구 불 켜기, 불 밝히기, 밤새기, 수세미·똬리 만들기, 산제, 댓불 피우기, 생채 먹기, 두부 먹기, 취나물 먹기, 귀밝이술 마시기, 더위팔기, 부럼 깨기, 까치밥 주기, 삼 농사점 치기, 오곡밥 얻어먹기, 달집태우기, 액연 날리기, 쥐불놀이, 널뛰기 등을 했다.

4. 영등 위하기

영등 할머니는 바람의 신인데, 평소에는 인간의 삶에 관여하지 않다가 일 년에 한 번 이월 초하룻날 지상으로 내려온다고 한다.

부귀면 두남리 회구룡 마을에서는 2월 초하룻날 하늘로부터 ‘영등 할매’가 내려 왔다가 보름부터 스무날까지 올라간다고 믿는다. 초하룻날 비가 오면 ‘물 영등’이 내렸다고 하고, 바람이 불면 ‘바람 영등’이 내렸다고 한다. 물 영등이 내리면 풍년이 들고, 바람 영등이 내리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초하룻날·초사흗날·초닷새에 밥을 해서 할머니를 대접하며, 올라갈 때는 밥을 올리지 않는다.

5. 한식

한식은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 중 하나이다. 한식이 음력 2월에 들 경우 세월이 좋고 따뜻하다고 여기며 음력 3월에 들 경우 지역에 따라서 떼 입히기[개사초(改莎草)]를 하지 않는다.

부귀면 두남리 회구룡 마을에서는 한식날이 탈 없는 날이라 하여 묘소를 고치거나 이장을 한다. 진안읍 물곡리 종평 마을에서는 한식에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고 할 정도로 산일하기 좋은 날이어서 동토가 날까 미루던 사초(莎草)를 한다.

아들이 없는 부모는 딸이 한식 차례를 지내주는데, 안방에는 사돈네 조상이 있으므로 방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마루에서 제사를 받으며 딸 내외가 절을 한다.

6. 단오

단오의 단(端)은 첫 번째를 의미하고, 오(午)는 오(五), 곧 다섯과 뜻이 통하므로 단오는 초닷새를 말한다. 단오는 일 년 가운데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 하여 큰 명절로 여겨왔다.

부귀면 두남리 회구룡 마을에서는 단오에 창포를 삶아 그 물에 머리를 감는다. 또한 상추 이슬을 받아 분을 바르면 피부가 고와진다고 한다. 단오 전에 약쑥과 익모초를 뜯어 말리면 약이 된다고 하여 주로 배 아플 때 삶아 그 물을 마신다고 한다.

진안읍 물곡리 종평 마을에서는 단오에 오는 비를 ‘단오 물’ 이라고 한다. 단오 즈음은 올모를 심어야 하는 때이므로 단오 물은 농사에 이롭다. 또한 모를 심어야 하므로 단오 물을 은근히 기다리기도 한다고 한다. 단오 물이 오면 모를 심는다는 것을 두고 ‘단오 물 기다려서 모 심는다’고 한다.

7. 유두

유두날에는 찰떡과 송편, 부침개를 마련하여 논고사를 지낸다. 진안읍 물곡리 종평 마을에서는 유두날 아침 일찍 부침개와 떡을 들고 남자 혼자 논으로 나간다. 논의 물고 앞에 짚을 깔고 제물을 차린 후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고사를 지낸다. 고사를 마친 후에는 부침개를 조금씩 떼어 물고에 넣고 남은 것은 짚 위에 그대로 둔다. 자기 논을 모두 돌면서 물고에 부침개를 조금씩 넣고는 돌아온다.

8. 술멕이

두레로 두벌메기를 끝내면 얼추 농사가 끝이 난다. 일을 열심히 했으므로 유두 즈음에 날을 잡아서 하루를 논다. 술을 먹는다고 하여 ‘술멕이’라 한다.

9. 추석

추석은 음력 8월 15일을 일컫는다.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면서 8월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연중 으뜸 명절이다.

마령면 강정리 원강정 마을에서는 추석 무렵이 되면 올벼심리를 하는데, 새로 나온 나락을 쪄서 방아를 찐 후 밥을 해서 성주에게 올리고 식구와 이웃 사람들과 함께 밥을 해서 함께 먹는 것이다.

추석날이 되면 각 가정에서는 아침에 상을 차려 차례를 모시고 성묘를 한다. 무엇보다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은 송편이며, 이 외에 쑥떡과 시루떡을 하고 집에서 빚은 청주를 사용한다.

10. 중양절

부귀면 두남리 회구룡 마을에서는 9월 9일에 집에서 제사를 받지 못하는 귀신을 위해서 제사를 지낸다. 이때는 방 안에 마련하지 않고 마루에 상을 차린다.

11. 도신

진안읍 물곡리 종평 마을에서는 수확을 마친 후 초사흗날이나 초이렛날에 도신을 한다. 늦게 하면 궂은 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서둘러서 초승 경에 한다. 햅쌀로 무떡·찰떡을 푸짐하게 마련한다. 마을이나 집안에서 출산을 했다면 부정하다 하여 미리 물 한 그릇과 소금을 조금 담아서 부뚜막에 놓고 떡을 찌기 시작한다. 변소에 갔다 오거나 부정한 사람이 떡을 찌는 곳에 들어오면 떡이 서는데, 이럴 경우에는 물을 한 그릇 떠 놓고 빈다. 떡이 찌어지면 시루 째 방안의 성주에 가져다 둔다. 이때 메와 갖은 나물을 마련하여 올린다. 메는 조상 수대로 올린다. 절은 하지 않으며, 조금씩 접시에 담아 집안 곳곳에 가져 두었다가 거두어들인 다음 이웃들에게 나누어 준다.

12. 동지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태양력인 동지에다가 태음력을 잇대어 태음 태양력으로 세시풍속을 형성시켜 의미를 부여하였다.

동향면 능금리 능길 마을에서는 동짓날 팥죽을 쑤는데, 이 죽에는 새알 수제비를 만들어 넣는다. 팥죽은 팥 한 되를 삶아서 물을 내리고 찹쌀과 멥쌀을 한 되 분량으로 석어서 새알 수제비를 만든다. 팥죽을 끓이면 먼저 한 그릇을 떠서 들고 집안을 돌면서 한 숟가락씩 뿌린다. 이는 잡신들이 범접하지 말라고 끼얹는 것이다. 그런 후에 팥죽 한 양푼을 윗목에 떠 두었다가 먹는다. 이외에도 광, 뒤주, 정지에도 한 그릇씩 가져다 둔다. 이 팥죽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된다.

[평생 의례]

평생 의례는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생활하다가 일생을 마칠 때까지 삶의 중요한 단계마다 치러야 하는 여러 가지 의식으로 그 단계를 지낼 때마다 다양한 지위와 상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단계별 평생 의례의 종류로는 사람이 태어나기 전부터 그 부모들이 행하는 기자(祈子) 치성을 비롯한 출생 의례, 성인으로 인정받는 과정인 관례, 한 가정을 이루는 절차로서 혼례, 그리고 죽음을 맞아 치루는 상례, 죽은 이후에 그 후손에 의해 치러지는 제례가 있다.

1. 출산 의례

부녀자가 자식 낳기를 기원하는 기자 신앙은 치성(致誠), 주술(呪術), 삼신[産神] 받기 등의 형태로 믿는다. 그리고 임신한 후에는 태몽, 태아의 성별 및 출산일 예지법, 태중 금기, 유산 방지 및 유산법, 난산(難産) 방지 및 대처, 안산법(安産法)과 단산법(斷産法) 등이 있다. 출산에는 해산 준비, 산시(産時)·방향의 길흉, 태(胎)의 처리, 금줄, 출산 당일의 금기 등이 있다. 출산 후에는 산실 출입이나 삼신상, 몸조리, 수유(授乳)에 관한 내용이 있다. 그리고 육아 때는 아기의 옷, 작명(作名), 목욕, 손발톱, 두발의 처리, 아기를 위한 잔치, 첫 나들이, 건강과 장수 기원, 아이의 사망 등의 의례가 있다.

진안군의 기자 및 출산 풍습은 다른 지역과 대체로 비슷하다, 하지만 기자 풍습 중에서 ‘칠성이나 용왕에게 아이를 타 오는 풍습’과 ‘태몽 이후에 아이를 얻는’ 일련의 과정이 나타난다. 즉 자식을 낳지 못하는 부인이나 딸만 있고 아들을 낳지 못한 부인이 아이를 점지해 달라고 기원하는 것을 ‘애기 태운다[타온다]’고 한다. 아이를 타오는 것은 치성을 드리는 장소에 따라 명칭이 다른데, 집안의 장독대에서 드리면 ‘칠성공’, 산골의 옹달샘에서 드리면‘ 용왕공’에 드린다고 한다. 최근 마을에 젊은이들이 없어 마을에서 아이를 낳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삼신 신앙을 포함한 가신 신앙이 급격히 퇴조해 가고 있는 형편이다.

2. 혼인 의례

혼인 의례는 의혼, 납채, 연길, 납폐, 혼례식으로 이어진다. 혼례식은 초행, 전안례(奠雁禮), 교배례(交拜禮), 합근례(合巹禮), 초야(初夜), 동상례(東床禮) 등으로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재행(再行), 신행(新行), 현구고례(見舅姑禮), 근친(覲親) 등으로 이어진다.

전통적인 혼인은 중매에 의해 혼인이 결정되었다. 즉 마을 사람이나 가까운 친척이 중매를 하는 관계로 통혼 범위가 좁았다. 마령면 강정리 원강정 마을은 전씨와 송씨의 집성촌이어서 전씨와 송씨 간의 혼례가 많이 이루어졌다. 마을에서 부유한 집안은 전라남도 남원시까지 혼담이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진안 인근 지역과 혼인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대부분 도시에서 생활함에 따라 배우자 선택이 자유로워졌고 지역 범위도 넓어졌다. 그리고 진안 지역은 현존하는 1세대는 모두가 전통 혼례를 올렸으나 지금은 대부분이 서양식 혼례를 하고 있다. 전통 혼례는 신부의 집에서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간혹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경우 곧바로 신랑의 집에서 혼례를 치르기도 했다. 혼례에서 나타나는 많은 상징들이 부부의 화합과 행복을 기원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

3. 상례

상례는 임종(臨終) 후 진행되는 일련의 의례를 일컫는 통칭이다. 임종이 확인되면 사자상을 차리고 초혼(招魂)을 한 다음 수시(收屍)를 한다. 시신을 바로 잡는 것을 수시라 하는데, 시신이 굳기 전에 몸이 오므라들지 않도록 반듯하게 하는 것이다. 습염(襲殮)은 시신을 목욕시키고 옷을 입힌 뒤 관에 넣기까지의 과정을 말한다. 입관이 끝나면 명정을 덮는다. 성복(成服) → 발인(發靷) → 우제(虞祭) → 담제(禫祭) 순서로 진행된다.

장례 풍속 역시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예전에는 대부분 집에서 장례를 치렀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장례식장을 이용한다. 그래서 마을에서 품앗이를 하는 경우도 적어졌고 상여를 메는 일도 드물다. 마령면 강정리 원강정 마을에서는 전씨와 송씨들을 중심으로 한 오성계, 그리고 타성받이 성씨들 중심으로 조직된 상부계가 있어 마을에 초상이 나면 상부상조 해왔다. 상례의 현실적인 모습은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상례 제의 절차는 과거와 같이 진행된다.

4. 제례

제례는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추모하는 의례이다. 예전에는 제의 종류도 많고 절차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였으나 현재 행하는 제의는 기제사, 차례, 시제뿐이다.

마령면 강정리 원강정 마을에서는 모든 집안마다 기제사, 차례, 시제를 각각 모신다는 점은 같으나 어떻게 모시는지는 집안에 따라 달리 한다. 송정엽 집안의 경우 기제사는 아버지와 조부모를 각각 따로 모시며, 명절에는 아버지와 조부모의 밥을 수대로 차려놓는다. 그리고 시제는 음력 10월 초정일(初丁日)인데 선산이 있는 진안군 성수면 도통리 산주 마을 거사곡에서 제를 모신다.

같은 마을 송칠환 집안은 기제사를 부모와 조부모 4분을 각기 따로 모시고 있다. 그러나 자식들의 권유로 앞으로 합제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제는 송정엽 집안과 같은 집안이어서 같은 날 함께 모신다.

[민간 신앙]

민간 신앙은 특정 지역 주민이 생활 속에서 만들어낸 제의적 관습과 믿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마을 신앙·가정 신앙·무속 신앙·풍수·점복 신앙 그리고 자연물 신앙 등이 모두 민간 신앙에 들며, 금기(禁忌)·주부(呪符)·주술(呪術) 행위 등도 포함한다.

민간 신앙은 민속 문화 가운데 특히 신앙의 부분을 지칭하는 것인데, 계층적이면서 집단적인 의미를 지닌 민중의 신앙 행위는 개인 행위보다는 사회적 단위의 종교적 의미를 지닌다.

1. 마을 신앙

마을 신앙은 산신제와 당산제가 가장 대표적이다. 산간 지역 마을굿 체계는 마을 뒷산에서 산신제를 지낸 후 마을 앞 당산나무나 돌탑 등에서 당산제[거리제, 팥죽제]를 지내는 2중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거리제는 마을 입구나 회관 앞에서 행하는 제의로 진안에서는 ‘길산제’라고도 한다. 대표적인 거리제는 진안군 주천면 신양리 금평 마을, 주천면 신양리 성암 마을, 진안읍 물곡리 종평 마을 등에서 행하여지고 있다.

전라북도 산간 지역에 위치한 진안군은 평야 지역보다 폐쇄적인 지역적인 특징으로 인해 현재도 마을 공동체 신앙이 잘 남아 있다. 안천면 백화리 율현 마을, 정천면 갈용리 갈거 마을, 주천면 용덕리, 마령면 강정리 원강정 마을, 백운면 노촌리 원노촌 마을 등의 마을 신앙이 대표적이다.

해안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당제를 용왕제라고 하나 내륙 지역에서는 저수지 등의 물가에서 행하여지는 제의이다. 기우제는 마을이나 고을 단위로 나타났으나 이제는 소멸된 상태이다. 용왕제는 저수지 제방에서 지내는 제의의 한 형태이다. ‘용왕제’ 혹은 ‘방죽제’라고도 한다. 진안읍 단양리 내사양 마을진안읍 군상리 저수지 등에서 제의가 행하여졌다.

2. 가정 신앙

가정 신앙을 나누면 성주 신앙, 조왕 신앙, 터주 신앙, 업 신앙, 측신 신앙, 문신 신앙 등으로 볼 수 있다.

성수면 좌포리 양화 마을에서는 아이가 생기도록 하고, 아들과 딸을 지정해주며, 태어나서 10살 미만까지는 아이를 보살펴주는 것이 삼시랑[삼신] 할머니라고 한다. ‘측간 귀신이 있어 측간에서 넘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측간 귀신을 무섭다고 여긴다. 부귀면 황금리 봉곡 마을에서는 아침에 일어나 조왕에게 물을 올리고 나서 장독에 있는 칠성님에게도 물을 올린다. 정천면 봉학리 마조 마을에서는 큰일을 치르려면 대문의 문간 대감에게 상을 차린다.

3. 무속 신앙

무속 신앙은 민간 신앙 중 가장 체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종교적 지도자로서의 무당이 종교 의식을 집행하며, 종교 의식에 필요한 구비 경전으로서의 무가가 있고, 이 속에 우주의 질서와 교리적 지침이 들어있다.

영험한 산으로 무속인들이 많이 찾는 마이산에 활동하는 무속인으로는 길화자가 대표적이다. 전라북도 김제시 황산면에서 태어난 길화자 무녀는 마이산에 들어와 심한 병을 앓고 천황문에서 기도를 드리다가 마이 산신이 보내온 호랑이를 보게 된 이후 신당을 짓고 무당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4. 자연물 신앙

1) 돌탑 신앙

돌탑 신앙은 타 지역에 비해 진안군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데 특히 풍수 비보적 기능을 담당한다. 새마을 운동 무렵에 없어졌던 돌탑을 최근 다시 복원하는 경우도 많다. 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 용덕리, 정천면 갈거 마을, 정천면 월평리 원월평 마을, 안천면 노성리 노채 마을, 동향면 성산리 하향 마을 등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2) 거북 신앙

내륙 지역인 진안군에서 특이하게 거북 신앙도 나타난다. 거북 신앙은 보통 3가지 기능을 한다. 수신(水神)으로 화재 막이 기능[진안읍 물곡리 종평 마을, 진안읍 가림리 은천 마을, 마령면 평지리 송내 마을, 용담면 송풍리 회룡 마을], 복을 가져다주는 기능[진안읍 구룡리 예리 마을, 주천면 운봉리 구암 마을], 풍수 비보(風水 裨補) 기능[용담면] 등이 그것으로 여느 지역에 비하여 집중적으로 분포한다. 심지어는 요사이 보기가 좋다고 하여 거북 모양 돌을 마을 앞[동향면 학선리 봉곡 마을]에 세워 놓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문 앞에 모시는 마을[동향면 신송리 내유 마을]도 있다. 뿐만 아니라 단군 신앙[주천면 운봉리 양명 마을], 기자 신앙[안천면 노성리 인현묘], 황단제 [주천면 지역 집중 분포] 등 민족 주체성을 일깨우고 유교적 신앙도 나타난다.

5. 풍수 신앙

진안 지역 마을 풍수는 형국론과 관련된 이야기가 수없이 나타나며 스님과 관련된 풍수 설화가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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