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5801838
한자 俗談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전라북도 진안군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영미

[정의]

전라북도 진안 지역에서 사용되는 삶의 교훈이나 가치를 드러내는 간결하고도 형상적인 형식으로 표현한 말.

[개설]

속담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을 거쳐 삶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이나 어떠한 가치에 대한 견해를 간결하고도 형상적인 언어 형식으로 표현한 구비 단문이다. 다양한 종류의 수사법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표현의 함축성과 세련성을 잘 보여 준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완결된 문장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또 내용적으로는 의식주와 관련한 생계형 속담, 삶의 도리와 사리를 일깨우는 계세(戒世)형 속담, 길흉화복을 타고난 천명으로 여기는 운명형 속담 등이 있다. 또한 속담은 표현과 기능에 따라 교훈적인 격언(格言)과 사물이나 현상의 실태나 본질을 드러내는 이언(俚諺)으로 나눌 수 있다.

[한국의 속담]

한국 속담이 처음 발견되는 문헌은 『삼국사기(三國史記)』와 『삼국유사(三國遺事)』이다. 『삼국사기』의 「온달전(溫達傳)」에 ‘한 말의 곡식도 찧어서 함께 먹을 수 있고, 한 자의 베도 기워서 같이 입을 수 있다.’라는 속담과 『삼국유사』의 「수로 부인전」에 ‘뭇 사람의 말은 쇠까지 녹일 수 있다.’는 속담 등이 나타난다. 이후 통일 신라 시대, 고려 시대,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속담은 더욱 활발하게 창조되었으며 주제도 매우 다양해졌다.

조선 시대에는 역사적으로 전승되어 왔던 속담들이 정리 편찬되었다. 성현(成俔)[1439~1504]의 『용재총화(慵齋叢話)』를 비롯하여 어숙권(魚叔權)의 『패관잡기(稗官雜記)』, 홍만종(洪萬宗)[1643~1725]의 『순오지(旬五志)』, 이덕무(李德懋)[1741~1793]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정약용(丁若鏞)[1762~1836]의 『이담속찬(耳談續纂)』 등이 그것이다. 특히 『이담속찬(耳談續纂)』에는 210여 편의 속담이 실려 있는데, ‘말 잃고 외양간 고친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내 배 부르면 종이 배고픈 줄 모른다’, ‘지렁이도 디디면 꿈틀한다’ 등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승되고 있는 자료들이 많다. 근래에 편찬된 『속담 사전』에는 약 1만 여 수에 가까운 속담이 수록되어 있다.

[진안 지역의 속담]

진안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속담은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속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몇몇 속담은 진안 지역 고유의 역사 및 문화를 배경으로 형성하여 전승되고 있다. 이런 속담 속에서 진안 지역의 자연적, 역사적, 정신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

1. 농사와 생활 관련 속담

진안 지역에서는 ‘여자들이 시끄럽게 하면 날 궂는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여자들이 떠들어야 비가 온다는 속신에서 기인된 속담이다. 이 속담이 기우제 풍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진안 죽도에서 남자들 주도로 기우제를 지내고 나면 저녁을 먹고 나서 달밤에 마을 여자들은 개울가에 와서 물싸움을 하며 기우제를 지낸다. 진안 내송[수동리]과 주평리 부녀자들은 비가 안 오면 물싸움을 하자고 협의하여 개울가에서 만나 서로 ‘비가 온다’, ‘비가 안 온다’고 말싸움을 하며 바가지로 물을 퍼 넘기는 물싸움을 하고 논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속담으로 ‘장맛비는 나이 많은 아내의 잔소리’,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 ‘삼년 가뭄은 견뎌도 석 달 장마는 못 견딘다.’, ‘산이 울면 폭설’ 등의 속담도 전해지고 있다. 이는 농사를 주로 하는 산간 진안 지방에서 비의 양은 생계와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속담이 구전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비를 ‘여자들의 잔소리’에 비유한 것이 흥미롭다.

진안 지역 농가에서 자주 쓰는 속담으로 ‘작두 병신도 갑을병정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작두’는 소의 여물을 써는 것으로 농가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구이다. 망가진 작두에도 ‘갑을병정’의 급이 있다는 말이다. 생활 속의 모든 물건과 사람은 서로 다른 것이고 서로 다른 품격을 지니고 있음을 드러내는 속담이다. 마이산 탑사의 돌탑과 관련해서 ‘공든 탑이 무너지랴’는 속담이 사용된다. 거센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는 마이산 돌탑을 보고 진안 지역 사람들이 이 속담을 자주 사용한다고 한다. 이는 전국적인 속담이기는 하지만 마이산 돌탑과 연계되어 더욱 적실하게 다가오는 속담이다.

그 외에 진안 지방에서는 생활 속담들이 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부뚜막 땜질 못하는 며느리 이마의 털만 뽑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일은 전혀 할 줄 모르면서 맵시만 내는 밉살스러운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구멍 속 뱀이 긴지 짧은지’라는 속담은 ‘구멍에 든 뱀이 몇 자인지 알 수 없다.’는 북한 속담의 변이형이다. 이 속담은 일반적으로 감추어진 사물의 정도나 상태를 파악할 수 없을 때 사용하지만 진안 지역에서는 감추어진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없을 때 사용된다.

2. 언어 및 시청각 관련 속담

진안 지역에는 장님, 귀머거리, 말 못하는 것과 관련된 속담들이 있다. 사람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기능인데, 이러한 기본적 능력을 실현할 수 없는 상황을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소진장의(蘇秦張儀)’라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소진이도 말 못할 때가 있다’, ‘소진이도 말 잘못할 때가 있다’, ‘소진 장의도 놀라자빠지겠다’, ‘소진도 망발한 적이 있다’ 등으로 사용된다. 이는 아무리 말 잘하는 사람이라도 실수할 때가 있다는 의미이다. 전국 시대 말 잘하는 유명한 유세가였던 소진과 장의도 말을 못하거나 말실수를 할 때가 있음을 빗댄 것이다. 말 잘하는 사람을 ‘소진의 혀’라고 하면서 ‘말 잘하는 사람’에 대한 부러움이 밑바탕에 자리하며 생활 속에서 말을 잘하는 것이 큰 능력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맹인 단청 구경하듯’, ‘맹인에 단청’, ‘장님이 문고리 더듬듯’이라는 속담은 눈 먼 사람이 단청 구경을 한다는 것으로 소용없는 짓을 한다는 뜻으로 빗대는 말이다.‘장님 문고리 잡았다’, ‘장님 문고리 쥐기’라는 속담은 능력이 없는 사람이 우연히 어떤 일을 해냈다는 뜻을 빗대는 말이다. ‘장님 삼년’이라는 속담은 ‘장님 삼년, 귀머거리 삼년, 벙어리 삼년’이라는 속담을 줄인 말이다. 시집가서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말할 것이 있어도 말 못하는 것처럼 지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시집살이의 고달픔을 의미하는 전국적인 속담이다.

그 외에 전국적으로 쓰이는 ‘서당개 삼년’, ‘유유상종’ 등이 많이 쓰인다. 그러나 진안 지역의 대부분 속담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진안의 특수한 특징을 밝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의의와 평가]

전체적으로 진안 지역의 속담은 지역의 역사와 함께 살아온 진안 지역민의 삶의 모습과 지혜가 솔직하게 담겨 있으며 진안 사람들의 기질이 배어 있다. 특히 진안 지역의 지역성을 담지한 ‘여자들이 시끄럽게 하면 날 궂는다.’나 진안 사람들의 기질성을 엿볼 수 있는 ‘작두도 갑을병정이 있다.’는 것과 같은 자료가 뚜렷하게 남아 있는 점은 문화적 관점에서 관심을 가질 만하다.

내용적으로 진안 지역의 속담은 출세나 처세에 관련된 속담보다는 세태·인심, 본능에 관련된 것이 많이 발견된다. 이는 진안 지역의 지리적 여건상 다른 지역과의 교류가 적고 그 지역 안에서만 부대끼며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한 단면일 것이다. 속담은 글자 그대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익어진 토속적인 표현의 말이다. 따라서 진안 지역 사람들의 생활상과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진안 지역의 속담은 활용 가치가 큰 구비 전승의 언어 유산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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