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운교리에서 전해오는 진묵 대사와 이서구에 관한 이야기.

[개설]

진안군 백운면 운교리에서 전해지는 「진묵 대사의 후신으로 태어난 이서구」 이야기는 위봉사에서 수도한 진묵 대사가 남긴 궤짝은 어떤 열쇠로도 열리지 않았는데 위봉사에 들른 전라 감사 이서구가 열쇠로 궤짝을 열었고 궤짝에서는 이서구가 모월 모시에 궤짝을 연다는 글귀가 나왔다는 내용이다.

[채록/수집 상황]

「진묵 대사의 후신으로 태어난 이서구」는 한국학 중앙 연구원 어문 생활 연구소와 안동 대학교 민속학 연구소가 공동으로 추진한 ‘한국 구비 문학 대계 개정·증보 사업’ 전북 조사팀이 2010년 2월 2일 진안군 백운면 운교리로 현지 조사를 나가 주민 정영수[남, 80세]로부터 채록한 것이다. 한국학 중앙 연구원에서 지원하는 한국 구비 문학 대계 웹 서비스에 「진묵 대사의 후신인 이서구」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으며, 조사 자료 텍스트와 연동되는 디지털 음원을 들을 수 있다.

또한 같은 제보자가 구연한 설화가 2003년 진안 문화원에서 간행한 황인덕 편 『진안 지방의 구전 설화집』에 「이서구의 비범함과 무식함」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이서구 관련 3편의 이야기가 한 제목으로 묶여서 실려 있다. 「이서구의 비범함과 무식함」 설화는 황인덕 교수가 2003년 8월 15일 진안군 백운면 운교리로 현지 조사를 나가 주민 정영수[남, 73세]로부터 채록한 것이다.

[내용]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에 있는 위봉사는 진묵 대사가 수도하며 도통을 했다는 절인데 이 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고 어떤 열쇠로도 열리지 않는 궤짝 하나가 있었다. 궤짝에는 별로 많은 것이 들어 있지도 않아서 몇 대째 주지승들도 아예 열어볼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전라 감사 이서구가 위봉사에 들러서 주지에게 그 궤짝이 무슨 궤짝인지 물었다. 주지는 진묵 대사가 쓰시던 궤짝인데 무엇이 들었는지도 모르고 어떤 열쇠로도 안 열어진다고 답하였고, 이서구가 열쇠가 있으면 안 열리는 법이 있느냐면서 열쇠를 가져오도록 하였다.

그런데 이서구가 열쇠를 넣자 그동안 어떤 열쇠로도 안 열리던 궤짝이 열렸다. 그 안에는 조그만 책자가 하나 들어 있었는데 ‘아무 날 아무 시에 전라 감사 이 감사 개탁’이라고 씌어 있었다. 책에 쓰인 내용과 이서구가 궤짝을 연 날짜와 시간이 딱 맞았다. 전라 감사 이서구는 진묵 대사가 환생한 그의 후신이었다는 것이다.

[모티프 분석]

「진묵 대사의 후신으로 태어난 이서구」의 주요 모티프는 ‘신이한 이적’과 ‘환생’이다. 이서구의 행적에 관한 설화는 예언, 도술, 풍수, 이적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신이한 이적은 대개 불교 고승들의 전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인데 유학자인 이서구 설화에서도 많이 나온다. 조선 후기의 유학자인 이서구를 조선 중엽의 승려인 진묵 대사의 후신으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인물이 발휘한 신통력과 신이한 이적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진묵 대사가 출가한 완주군 봉서사를 배경으로 진묵 대사 전설이 전해지고, 이서구가 선운사 석불의 비결을 꺼내니 ‘이서구 개탁’이라는 글귀가 있었다는 전설은 고창 선운사를 중심으로 전해진다. 이 설화의 공간인 완주군 위봉사는 두 전설을 적절히 결합하면서 화자가 배경으로 새롭게 대체하여 선택한 것이며 다른 절로 바꾸어도 이야기의 의미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