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데이터
항목 ID GC05800010
한자 鎭安-傳統的-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전라북도 진안군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상훈

[개설]

매사냥은 길들인 매로 꿩이나 토끼 등을 잡는 것을 일컫는다. 매사냥은 전국적으로 행하여져 왔으나 그 명맥이 잘 남아 있는 곳은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매사냥이다. 진안군 백운면 일대는 날짐승이 많고 고원 지대여서 눈이 많이 내리면 매의 먹이가 되는 꿩, 토끼 등이 마을 가까이 몰려왔기 때문에 매사냥이 성행했으며, 전영태 옹, 박정오 옹 같은 매사냥에 헌신하신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에도 전승되고 있다.

[전영태 옹에게 들었던 매사냥 관련 속담]

매사냥 기능 보유자로 최초로 지정된 분은 전영태 옹이다. 전영태 옹의 매사냥은 전통적인 방식의 매사냥으로 인정 받아 1998년 1월 9일에 전라북도 무형 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되었다. 전영태 옹은 평생을 우리나라의 전통놀이인 매사냥 전승에 힘을 쏟았고 2006년 5월 90세 일기로 별세했다.

생전 전영태 옹을 자주 뵙고 매사냥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학생들을 인솔해서 가기도 하고 다른 지역에서 진안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매사냥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찾을 때마다 매사냥에 관한 열정이 남달랐던 기억이 있다.

그때마다 들었던 매에 관련된 속담이나 이야기는 매사냥이 어떤 가를 말해 주는데 안성맞춤이었다. ‘꿩 잡는 게 매’, ‘꿩 대신 닭’, ‘맴 밥에 개암 끼우 듯 한다’, ‘꿩도 매도 다 놓치다’, ‘시치미를 떼다’ 등이 그것이다.

예전 한량들에게 첫 흥이 매사냥, 두 번째가 말 타기, 셋째가 첩 놀음이라하여 3흥이 있다고 하는데 매사냥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말해 주는 말이다.

매사냥을 ‘삼뜯기’라고 하여 매사냥꾼을 비웃는 말이 있다. 매사냥을 하다보면 들과 산의 가시나무에 몸이 뜯기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다고 해서 마누라한데 꼬집히고, 매사냥에 품이 팔려 땔감을 못해와 울타리를 뜯어 불을 땐다는 뜻이다.

또 예부터 ‘매는 굶어도 벼이삭은 먹지 않는다.’고 하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매가 아무리 먹이가 없더라도 참새나 까마귀처럼 논밭에 내려서 벼이삭 등의 곡물을 먹지 않는다는 말로서 정의로운 사람은 아무리 어려워도 부정한 돈은 받지 않으며 빈곤하더라도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시치미 뗀다’ 유래]

이청준의 소설 『매잡이』를 보면 매 꼬리에 기다란 깃털에 ‘응주(鷹主) ○○리(里) 곽돌(郭乭)·번개쇠’라 써 있다고 하는데 이것을 시치미라고 한다. 이는 매주인의 주소와 이름, 매 이름을 기록한 것으로 일종의 매 명찰이다.

진안 역사 박물관 전시관에 있는 전영태 옹의 시치미는 패각, 망우, 방울로 구성되어 있다.

패각은 소뿔로 만들었으며, 패각에 붉은색으로 ‘진안 백운 전영태’라 쓰여 있다. 패각 아래 부분에 망우라 불리는 하얀 깃을 달아 메어 놓았다. 여기에는 홍실을 메달아 놓았다. 망우는 나무사이에 매가 앉아 있을 때 하얀 깃을 달아 눈에 잘 띄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꿩 깃털 2개를 패각에 함께 묶었다. 방울은 패각 윗부분에 철사 고리로 연결해 1개가 부착되어 있다.

매사냥을 하다가 매가 달아나면 시치미에 새겨진 이름을 보고 매 주인에게 돌려주는데, 이때 매주인은 그 대가로 닭 값을 주거나 매사냥하여 잡은 꿩을 주기도 한다. 매 값을 치를 수 없는 경우에는 매가 날아 들어간 마을에 가서 이삼일 매를 놀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시치미를 떼어 자기 것으로 삼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알고도 모른 체 하는 행동을 ‘시치미 뗀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매사냥 기능 보유자]

우리가 흔히 매사냥하면 매를 잡는 것으로 생각하나 전혀 그렇지 않다. 매사냥은 길들인 매로 꿩이나 토끼를 잡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전국적으로 행하여졌던 민속 놀이라 말할 수 있는데, 때로 많은 문제점을 야기 시킨 것도 사실이다.

진안 지역 곳곳에서 예전에는 매사냥이 행하여졌다. 매사냥 기능 보유자로 최초로 지정된 분은 전영태 옹이다.

전영태 옹이 2006년 5월에 작고한 후에는 박정오가 그 맥을 잇고 있다. 현재 매사냥 기능 보유자는 박정오[73세]는 2007년 3월 23일 전라북도 무형 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되었다. 박정오는 그물을 통해 매를 직접 잡아서, 꿩이나 토끼를 사냥할 수 있도록 매를 길들이고 사냥 도구[그물, 시치미, 매방울]를 제작하는 능력을 인정받아 무형 문화재로 지정받았다. 박정오는 작고한 김용기로부터 1980년대부터 매사냥을 전수 받았다고 한다.

[매 받기]

변상호 증조할아버지[변준기]는 진안군 용담면 와룡리 원와룡[영강]에 살았는데 할아버지[변종한], 아버지[변문수] 대까지 봉받이를 하였다. 봉받이는 진안 지방에서 사냥할 매를 받는 사람을 일컫는 이름인데, 다른 지역에서는 수알치, 봉받이, 매방소, 매받이 등 다양하게 부른다. 봉받이는 매를 훈련시키는 사람이며 매 주인이라 할 수 있다. 변상호 할아버지인 변종한는 1970년대까지 매사냥을 하였다.

우선 매를 받으려면 보통 미끼로 비둘기를 이용한다. 매 사냥꾼은 매를 ‘잡는다’는 표현 대신에 ‘받는다’라고 한다. 매를 인격체로 대한다는 의미이다. 보통 2마리 정도 받는다. 매를 받는 그물은 명주실을 사용하여 만든다.

변문수에 의하면 진안군 주천면 운봉리 안정동 운장산 중턱 물통골 골짜기에 3개의 폭포[3탕, 상탕·중탕·하탕]가 있는데, 폭포에서 먼저 산제를 지낸다. 하탕에서는 목욕재계를 하고, 중탕에서는 제수 용품을 준비하고 이곳에서 떡과 밥을 지어 상탕에서 제사를 지낸다. 매를 받을 때 이와 같이 산제를 지내는 이유는 힘이 세고 용맹스런 매를 잡을 수 있도록 기원하기 위함이다.

이후 운장산 복두봉에 가서 움막을 짓고 매 그물을 설치한 다음에 비둘기를 미끼로 매를 받는다. 매가 잡히면 가슴 크기에 따라 7치, 8치 등으로 부르는데 이때 “매했네” 하며 매를 받았음을 알린다. 매를 받은 후 다시 산제 지낸 곳에 가서 제사를 지낸 다음 매를 길들인다. 야생의 매를 처음 받아오면 극도로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매를 안정시켜야 한다.

[매의 종류와 기르기]

우리가 민요에서 들어왔던 “수진이 날진이 해동청 보라매”가 매의 종류이다. 보라매는 당년 새끼로 부화한지 1년이 안 되는 새끼 매를 말한다. 보라매로 들어와 1년간 사람 손에 난 매를 수진이라 한다. 산진이는 야생에서 1년 이상 자란 매를 말한다. 보라매와 산진이의 구분은 털 무늬를 보고 안다. 보라매는 죽엽같이 털 무늬가 아래로 향하나 산진이는 무늬가 가로로 생긴다. 그리고 송골매는 사냥용 매를 칭한다.

매를 먹이로 제일 좋은 것은 날 것으로 옛날에는 쥐고기를 주었다. 오늘날에는 쥐고기 대신에 닭고기를 준다. 쥐고기는 기름기가 없고 연하고 소화가 잘되고 영양이 적어서 기운 조절에 용이하다고 한다. 기운 조절이라는 것은 체중 조절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사람을 따르게 하기 위해서는 체중을 빼어 기운조절을 한다. 배가 고프면 사람을 따르고, 배가 부르면 산으로 달아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의 체중을 줄이는 것을 ‘살 맞춘다’라고 표현한다. 닭고기는 기름기가 많고 소화가 잘되지 않고 해서 기운 조절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매사냥에 필요한 도구들]

매를 훈련하고 관리하기 위한 여러 가지 도구가 필요하다. 젖갓끈, 도래, 장승줄이 한조를 이루는 절끈이 필요하다. 매를 고정시키고 제어하기 위해 매의 발목에 매는 끈을 젖갓끈이라고 한다. 보통 명주실을 꼬아 사용했다. 장승줄은 매를 매어 놓을 때 쓰는 끈이다. 그리고 도래는 젖갓끈과 장승줄 사이를 연결하여 매가 회전하여도 줄이 꼬이지 않게 하기 위하여 사용한다.

이외에도 여러 도구들이 필요하다. 매를 실내에서 앉혀 놓는 기구 통아리가 있다. 또한 패각, 방울, 망우 등으로 구성된 매의 이름표 시치미가 있는데, 빠짓채, 단장고라고도 한다. 매 장갑 버렁, 매보자기가 매 쌈보, 사냥 경험이 없는 매류나 인공 부화된 매를 훈련시킬 때 필요한 것이 미끼새이다. 그리고 먹이통, 야외에서 매를 훈련할 때 필요한 날림줄, 매는 시력이 예민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빨리 움직이는 물체를 보거나 갑자기 금속성의 강한 소리에 놀라 날뛰어 다치거나 깃털이 부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눈가리개 등이 필요하다.

[전영태 옹의 매사냥]

전영태 옹은 19세부터 신복동에게 매사냥을 배웠다고 한다. 전영태 옹이 들려주는 매사냥법을 살펴 보면 우선 사람에 대한 매의 두려움을 없애도록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4~5일차 되는 날부터 매를 통아리에 내려 버렁을 낀 손 등에 올려놓고 밤과 낮 구분 없이 받아준다. 그래야 사납고 경계심이 많은 야생의 매를 길들여 사람을 따르게 할 수 있다.

이어서 매 길들이기를 거듭한다. 달라진 환경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경계심을 풀게 하는 정신 조절, 체중을 조절하는 기운 조절, 그리고 매 살 맞추기 등을 훈련하며 매사냥을 준비한다.

매사냥을 떠날 때에는 3가지 금기 사항이 있다고 한다. 비가 올 때는 사냥하지 않는 우불(雨不), 해가 지는 어두워지면 사냥을 하지 않는 모불(暮不), 바람이 불 때 사냥하지 않는 풍불(風不) 등이 그것이다.

매사냥에 나서려면 인원이 10명 정도 필요하다. 매사냥에서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사냥할 매를 받은, 즉 매를 다루는 사람을 봉받이라 부른다. 또한 날짐승이 첫 번째로 펼치는 날개 짓을 ‘배본다’고 하는데, 매가 날아가는 가는 것을 지켜보는 배꾼[1-2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꿩, 토끼 등 사냥감을 몰아주는 털이꾼[몰이꾼]이 필요하다. 털이꾼은 10명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준비 되면 매사냥에 나서게 된다.

[매사냥 전통 계승 방안]

매사냥은 전라북도 무형 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되어 전통 문화 전승이라는 제도적 뒷받침을 받고 있지만 지원책은 미약한 편이다.

매사냥을 장기적으로 전승하기 위해서는 전수관 건립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매사냥 관련 자료 수집과 전시 그리고 후계자 양성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매사냥 시연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져 대중적으로 매사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 질 때, 진안은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매사냥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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