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5801688
한자 節氣
이칭/별칭 시령(時令),절후(節候)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전라북도 진안군 진안읍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상훈

[정의]

전라북도 진안 지역에서 태양년을 태양의 황경(黃經)에 따라 24등분한 기후의 표준점.

[개설]

절기를 시령(時令) 또는 절후(節候)라고도 한다. 24절기가 실제 계절과 어떻게 대응되는가는 『칠정산 내편(七政算內篇)』의 역일(曆日)의 기후(氣候)라는 대목에서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1월 입춘은 1월의 절기이고 우수는 1월의 중기이다. 동풍이 불어서 언 땅이 녹고 땅속에서 잠자던 벌레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기러기가 북으로 날아가며, 초목에서 싹이 튼다.

2월 경칩은 2월의 절기이고, 춘분은 2월의 중기이다. 복숭아가 꽃이 피기 시작하고 꾀꼬리가 울며 매가 화(化)하여 비둘기가 되고 제비가 날아온다. 우레가 울고 번개가 친다.

3월 청명은 3월의 절기이고, 곡우는 3월의 중기이다. 오동(梧桐)이 꽃피기 시작하고, 들쥐가 화하여 종달새가 되며, 무지개가 나타나고, 마름[평(萍) : 개구리밥과에 속하는 다년생 물풀]이 생기기 시작한다. 산비둘기가 깃을 털고, 뻐꾸기가 뽕나무에 내려앉는다.

4월 입하는 4월의 절기이고, 소만은 4월의 중기이다. 청개구리가 울고 지렁이가 나오며, 왕과(王瓜)[쥐참외]가 나고 씀바귀가 뻗어 오르며, 냉이[미초(靡草)]가 죽고 보리가 익는다.

5월 망종은 5월의 절기이고, 하지는 5월의 중기이다. 버마재비[당랑(螗螂)]가 생기고, 왜가리가 울기 시작하며, 지빠귀[반설(反舌)]가 울음을 멈추고, 사슴의 뿔이 떨어진다. 매미가 울기 시작하고 반하(半夏)[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의 알이 앉는다.

6월 소서는 6월의 절기이고, 대서는 6월의 중기이다. 더운 바람이 불고 귀뚜라미가 벽에 다니며, 매가 사나워지고, 썩은 풀이 화하여 반딧불이 된다. 흙이 습하고 더워지며, 큰 비가 때로 내린다.

7월 입추는 7월의 절기이고, 처서는 7월의 중기이다. 서늘한 바람이 불고 이슬이 내리며, 쓰르라미가 울고 매가 새를 많이 잡는다. 천지가 쓸쓸하여지기 시작하고 벼가 익는다.

8월 백로는 8월의 절기이고, 추분은 8월의 중기이다.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가 돌아가며,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하고, 우레가 소리를 거둔다. 겨울철 땅 속에서 잠을 자는 벌레들이 흙으로 창을 막고,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

9월 한로는 9월의 절기이고, 상강은 9월의 중기이다. 기러기가 날아오고, 참새가 큰물[대수(大水)]에 들어서 조개[합]蛤)]가 되며, 국화가 노랗게 꽃피고, 승냥이가 짐승을 잡는다. 초목이 누렇게 낙엽지고, 땅 속에서 잠을 자는 벌레들이 모두 땅속으로 들어간다.

10월 입동은 10월의 절기이고, 소설은 10월의 중기이다. 물이 얼기 시작하고 땅이 얼기 시작하며, 꿩이 큰물로 들어가서 조개가 되고, 무지개가 걷혀서 나타나지 않는다. 천기(天氣)는 상승하고, 지기(地氣)는 하강하여 폐색(閉塞)되어 겨울이 된다.

11월 대설은 11월의 절기이고, 동지는 11월의 중기이다. 할단새[갈단(鶡鴠)]가 울지 않고, 범이 교미를 시작하며, 여지(荔枝)[무환자 나뭇과의 상록 교목]가 돋아나고, 지렁이가 교결(交結)한다. 고라니의 뿔[미각(麋角)]이 떨어지고 샘물이 언다.

12월 소한은 12월의 절기이고, 대한은 12월의 중기이다. 기러기가 북으로 돌아가고, 까치가 깃을 치기 시작하며, 닭이 알을 품는다. 나는 새가 높고 빠르며, 물과 못이 두껍고 단단하게 언다.

[입춘]

입춘은 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이며, 보통 양력 2월 4일경에 든다. 입춘 날부터 봄이 시작된다고 여긴다. 입춘은 음력으로 주로 정월에 드는데, 어떤 해는 정월과 섣달에 거듭 드는 때가 있다. 이럴 경우를 ‘재봉춘(再逢春)’이라 한다. 입춘은 새해의 첫째 절기이기 때문에 농경의례와 관련된 행사가 많다. 입춘이 되면 집집마다 입춘축(立春祝)을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인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과 같은 내용이 보편적이나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문을 여니 만복이 오고 땅을 쓰니 황금이 나온다]’과 같은 다양한 기원을 써 붙이기도 한다.

부귀면 회구룡 마을에서는 입춘날에 좋은 글귀를 쓴 입춘축을 대문이나 기둥에 붙인다. 절에서 ‘입춘대길만사여의형통(立春大吉萬事如意亨通)’이라 쓴 입춘 부적을 준다. 진안읍 종평 마을에서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이란 입춘축을 붙인다. 동향면 능길 마을에서는 입춘축을 입춘날 입춘시에 맞추어 붙인다. 입춘축 붙이는 행사는 대부분의 마을에서 볼 수 있다. 또한 회구룡 마을에서는 입춘에 보리밭에 나가 보리 뿌리로 점을 치기도 했다. 즉 보리 뿌리가 세 개가 나 있으면 그 해 풍년이 들고 한 개나 두 개가 나 있으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우수]

우수(雨水)는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과 동면하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이다. 우수는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뜻을 지닌 절기이다. 보통 양력 2월 19일이나 20일인데, 황도 330도의 위치에 올 때이기 때문에 추운 겨울이 가고 이른바 봄을 맞는 절기이다. “우수 뒤에 얼음같이”,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는 속담처럼 우수와 경칩을 지나면 춥던 날씨도 누그러지고 봄기운이 돌며 실제로 초목이 싹트는 때이다.

[경칩]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이며 계칩(啓蟄)이라고도 한다. 경칩은 ‘봄이 되어 겨울잠을 자던 동물이 깨어난다’는 뜻을 지닌 절기이다. 계칩(啓蟄)이라 하는데, 한나라 무제의 이름인 ‘계(啓)’ 자를 피하여, 놀랠 ‘경(驚)’ 자를 써서 경칩(驚蟄)이라 부른다. 경칩은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로 양력으로는 대개 3월 5일 무렵이다.

조선 시대 왕실에서는 왕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籍田)을 경칩 후 첫 해일(亥日)에 선농제(先農祭)와 함께 행하였다. 경칩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나 갓 자라는 풀이 상하지 않도록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리기도 하였다.

[춘분]

24절기의 네 번째 절기인 춘분(春分)은 봄의 한 가운데로, 밤낮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의 길이가 같은 날이다. 이날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 곧 황도(黃道)와 적도(赤道)가 교차하는 점인 춘분점(春分點)에 이르렀을 때, 태양의 중심이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어, 양(陽)이 정동(正東)에 음(陰)이 정서(正西)에 있으므로 춘분이라고 한다.

[청명]

청명(淸明)은 음력 삼월 삼짇날이나 청명일에 산이나 계곡을 찾아가 먹고 마시며 봄의 경치를 즐기는 풍속이다. 답백초(踏白草)라고도 한다. 특별히 삼월 삼짇날을 답청절(踏靑節)이라고 부르는데, 이날은 새봄이 찾아옴을 기뻐하여 술과 음식을 장만해 경치가 좋은 산이나 계곡을 찾아가 꽃놀이를 하고, 새 풀을 밟아 봄을 즐기는 것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식]

한식(寒食)은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이며 양력으로는 4월 5일 무렵이다.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이다. 한식이 음력 2월에 들 경우, 세월이 좋고 따뜻하다고 여기며, 음력 3월에 들 경우 지역에 따라서 떼 입히기[개사초(改莎草)]를 하지 않는다.

한식은 불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금연일(禁煙日)이라 하고, 찬 음식을 먹는다는 데서 냉절(冷節)이라 한다. 또한 한식을 숙식(熟食)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불을 사용하지 않는 한식날에는 미리 익혀둔 음식을 먹는다는 의미에서 비롯한 것이다. 강원도 영서 지방에서는 마(魔)가 끼지 않은 날이라 해서 공마일(空魔日)이라 한다. 이날은 묘를 손질해도 뒤탈이 없다고 하여 묘를 손질한다. 이외에 한식날 씨를 뿌리면 씨가 말라죽거나 새가 씨를 파먹는다는 하여 고초일(苦草日)이라 부른다.

한식날에는 사당이나 조상의 묘소에서 한식 차례를 지낸다. 이를 명절 제사라는 뜻에서 일반적으로 절사(節祀)라고도 한다. 요즘은 일반적으로 차례를 설, 한식, 단오, 추석과 같은 명절에 지내는데, 한식에 지내기 때문에 한식 차례(寒食茶禮) 혹은 한식 성묘(寒食省墓)라고도 한다.

진안군 부귀면 회구룡 마을에서는 한식날이 탈 없는 날이라 하여 묘소를 고치거나 이장을 한다. 진안군 진안읍 종평 마을에서는 한식에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고 할 정도로 산일하기 좋은날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동토가 날까 미루었던 사초(莎草)를 한다. 친정 부모가 아들을 낳지 못해서 제사를 잡숫지 못하면 딸이 한식 차례를 지낸다. 안방에는 사돈네 조상이 있으므로 방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마루에서 제사를 받는다. 마루에 제사상을 마련하고 딸 내외가 절을 한다.

[곡우]

24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인 곡우(穀雨)는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에 있으며, 음력 3월 중순경으로 양력 4월 20일 무렵에 해당한다. 곡우는 예로부터 봄비[우(雨)]가 내려 백곡[곡(穀)]을 기름지게 하는 날이라고 전한다.

곡우 무렵이면 못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된다. 그래서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곡우에 비가 오면 농사에 좋지 않다”와 같은 농사와 관련한 다양한 속담이 전한다. 곡우가 되면 농사에 가장 중요한 볍씨를 담근다. 한편 볍씨를 담아 두었던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 둔다. 이때 초상집에 가거나 부정한 일을 당하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불을 놓아 그 위를 건너게 하여 악귀를 몰아낸 다음 집 안으로 들이고, 집 안에 들어와서도 볍씨를 보지 않게 한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거나 만지게 되면 싹이 잘 트지 않아 그 해 농사를 망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입하]

24절기 중 일곱 번째 절기인 입하(立夏)는 곡우와 소만 사이에 들어 양력으로 5월 6일 무렵이고 음력으로 4월에 들었으며, 태양의 황경(黃經)이 45도에 이르렀을 때이다. 입하는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절기로,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도 하며, ‘초여름’이란 뜻으로 맹하(孟夏), 초하(初夏), 괴하(槐夏), 유하(維夏)라고도 부른다.

입하가 되면 봄은 완전히 퇴색하고 산과 들에는 신록이 일기 시작하며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린다. 마당에는 지렁이들이 꿈틀거리고, 밭에는 참외 꽃이 피기 시작한다. 묘판에는 볍씨의 싹이 터 모가 한창 자라고, 밭의 보리 이삭들이 패기 시작한다. 집 안에서는 부인들이 누에치기에 한창이고, 논밭에는 해충도 많아지고 잡초가 자라서 풀 뽑기에 부산해진다.

[소만]

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인 소만(小滿)은 양력으로는 5월 21일 무렵이고 음력으로는 4월에 든다. 2013년 소만은 5월 21일[음력 4월 12일]이다. 소만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의미의 날이다. 소만 무렵에는 모내기 준비에 바빠진다. 이른 모내기, 가을보리 먼저 베기, 여러 가지 밭작물 김매기가 줄을 잇는 매우 바쁜 농사철이다. 이 무렵에 부는 바람이 몹시 차고 쌀쌀하다는 뜻으로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전하고 있다.

[망종]

망종(芒種)은 24절기 중 아홉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음력으로는 5월, 양력으로는 6월 초순 무렵이 된다. 망종이란 벼, 보리와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다. 이 시기는 모내기와 보리 베기에 알맞은 때이다.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 “햇보리를 먹게 될 수 있다는 망종”이라는 말도 있다. 아무튼 망종까지는 보리를 모두 베어야 빈터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할 수 있다. 또 이 시기는 사마귀나 반딧불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매화가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때이다.

[하지]

24절기 중 열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인 하지(夏至)는 음력으로는 5월, 양력으로는 대개 6월 22일 무렵이다. 2013년의 하지는 6월 21일이다. 하지는 천문학적으로는 일년 중 태양의 적위가 가장 커지는 시기이고, 태양은 황도상에서 가장 북쪽인 하지점(夏至點)에 위치한다. 그러므로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태양의 남중 고도(南中高度)가 가장 높아진다. 그러나 남반구에서는 북반구와 반대로 하지에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태양의 남중 고도가 가장 낮다.

[소서]

24절기 중 열한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인 소서(小暑)는 음력으로 6월, 양력으로는 7월 5일 무렵이다. 2013년의 소서일은 7월 7일이다. 소서는 말 그대로 ‘작은 더위’라 불리며, 이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충청남도 공주시 반포면 하신리의 모내기는 보통 ‘하지 전 3일, 하지 후 3일’이라고 하는데, 대략 소서 때가 모를 심는 적기이다. 두레를 행하던 당시에는 어느 논이나 보리를 심기 때문에 모를 내는 시기가 지금보다 훨씬 늦었다. 대개 소서 때까지 심었다.

김매기는 모를 매고서 약 보름이나 한 달 정도 있다가 시작하였다. 절기상으로 초벌은 하지와 소서를 지나서 하게 된다. 이 무렵은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여서 과일과 채소가 많이 나며, 밀과 보리도 이때부터 먹게 된다. 대체로 음력 6월은 농사철치고는 한가한 편으로 밀가루 음식을 많이 해 먹는다.

[대서]

24절기 중 열두 번째에 해당하는 대서(大暑)는 음력으로 6월에 있으며, 양력으로는 7월 23일 무렵에 든다. 우리나라에서 이 시기는 대개 중복(中伏) 때로,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가장 심하다. 예부터 대서에는 더위 때문에 “염소뿔도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다. 대서는 2013년처럼 중복 무렵일 경우가 많으므로, 삼복더위를 피해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계곡이나 산정(山亭)을 찾아가 노는 풍습이 있다. 때때로 이 무렵 장마 전선이 늦게까지 한반도에 동서로 걸쳐 있으면 큰 비가 내리기도 한다.

불볕더위, 찜통더위도 이때 겪게 된다. 무더위를 삼복으로 나누어 소서와 대서라는 큰 명칭으로 부른 것은 더위를 강조한 말이다. 이 무렵이 되면 농촌에서는 논밭의 김매기, 논밭두렁의 잡초 베기, 퇴비 장만 같은 농작물 관리에 쉴 틈이 없다. 또한 참외, 수박, 채소 등이 풍성하고 햇밀과 보리를 먹게 되는 시기로 과일은 이때가 가장 맛있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과일의 당도가 떨어지고, 가물면 과일 맛이 난다.

[입추]

24절기 중 열세 번째 절기인 입추(立秋)는 양력으로는 8월 8일 무렵이고, 음력으로는 7월경인데,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이며, 이날부터 입동(立冬) 전까지를 가을이라고 한다. 입추는 벼가 한창 익어가는 때여서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야 한다. 조선 시대에는 입추가 지나서 비가 닷새 이상 계속되면 조정이나 각 고을에서는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다고 한다.

[처서]

처서(處暑)는 태양의 황도(黃道)상의 위치로 정한 24절기 중 열네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이다. 처서는 입추와 백로(白露) 사이에 들며, 태양이 황경 150도에 달한 시점으로 양력 8월 23일 무렵, 음력 7월 15일 무렵 이후에 든다.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수그러들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음력 7월을 가리키는 중기(中期)이기도 하다.

[백로]

백로(白露)는 처서(處暑)와 추분(秋分)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이다. 백로는 양력 9월 9일 무렵으로 대개 음력 8월에 들며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이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한다. 가을의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시기로 옛 중국 사람들은 백로부터 추분까지의 시기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특징을 말하였는데,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中侯)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末候)에는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한다.

[추분]

백로와 한로(寒露)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인 추분(秋分)은 양력 9월 23일 무렵으로 대개 음력 8월에 든다. 이날 추분점(秋分點)에 이르러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이 황경 180도의 추분점을 통과할 때를 말한다. 추분은 실제로 가을은 추분부터 동지까지를 일컫는다. 이에 비해 서양은 추분부터 대설까지를 가을로 여긴다. 이 때문에 추분 날 부는 바람을 보며 날씨 점을 쳤는데, ‘바람이 북서쪽이나 남동쪽에서 불어오면 다음 해에 큰 바람이 있고, 북쪽에서 불어오면 겨울이 몹시 춥다’라고 한다. 조선 시대에는 추분에 한해의 농사가 잘 된 것을 감사하는 영성제(靈星祭)와 수명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초제(醮祭)를 지내기도 하였다.

[한로]

24절기 가운데 17번째 절기로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뜻의 절기인 한로(寒露)는 양력 10월 8~9일 무렵이 입기일(入氣日)이며 태양이 황경 195도의 위치에 올 때이다. 음력으로는 9월의 절기로서 공기가 차츰 선선해짐에 따라 이슬[한로]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시기이다. 한로는 중양절과 비슷한 시기에 드는 때가 많으므로 중양절 풍속인 머리에 수유(茱萸)를 꽂거나, 높은 데 올라가 고향을 바라본다든지 하는 내용이 한시(漢詩)에 자주 나타난다. 높은 산에 올라가 머리에 수유를 꽂으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수유 열매가 붉은 자줏빛인데 붉은색은 양(陽)색으로 벽사력(辟邪力)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상강]

상강(霜降)은 음력 9월에 드는 24절기의 하나로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뜻하는 절기이다. 양력으로 10월 23일 무렵이며, 2013년의 상강도 10월 23일 무렵이다. 이 시기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대신에 밤의 기온이 매우 낮아지는 때이다. 따라서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 첫 얼음이 얼기도 한다.

[입동]

입동(立冬)은 겨울이 들어서는 날이라는 뜻으로 절기상 이날부터 겨울의 시작점이 된다. 입춘, 입하, 입추와 같은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4립의 하나이다. 양력으로는 11월 7~8일에 드는데. 2013년의 입동일은 11월 7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입동을 특별히 명절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겨울로 들어서는 날로 여겼기 때문에 사람들은 겨울 준비를 시작한다. 대표적인 겨울 준비가 김장이다. 입동을 전후하여 5일 내외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하나 요즈음에 와서는 김장철이 조금 늦어지고 있다.

[소설]

소설(小雪)은 이날 첫눈이 내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양력으로 11월 22일~23일 무렵인데, 2013년의 소설은 11월 22일이다. 소설은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처럼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월동 준비를 한다.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나 호박을 썰어 말리기도 한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속담이 있다. 소설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는 뜻에서 비롯된 말이다. 실제로 소설 무렵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씨도 추워지고, 지역에 따라서는 이때의 바람을 손돌바람이라 하고 추위를 손돌 추위라 한다.

[대설]

대설(大雪)은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름과는 달리 반드시 이 시기에 눈이 많이 내린다고 볼 수는 없다. 본디의 24절기는 중국 화북 지방(華北地方)의 계절적 특징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설은 양력으로는 12월 7일~8일 무렵이다. 대설에 눈이 많이 오면 다음해에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쌓인 눈이 이듬해 농사를 위한 수량과 관련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처럼 보리를 덮은 눈이 온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동해(凍害)를 입지 않아 결과적으로 보리 풍년이 들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것이 대설의 눈을 주목한 까닭이다.

[동지]

동지는 하지와 함께 지일(至日)의 하나로 겨울이 이른다는 뜻의 절기이다.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양력 12월 22~23일 무렵이다.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라 하고,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 한다.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 한다. 이는 옛 역법상 동지를 설로 지냈던 풍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념은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라는 말에 잘 담겨 있다.

진안군 부귀면 회구룡 마을에서는 동짓날 치성을 마친 후 마당에 깔았던 짚을 조금 가져다가 대문 밖에 놓고 팥죽을 조금 부어 놓는다. 이를 ‘물합’이라고 한다. 물합은 못 들어온 잡귀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동짓날 성주단지 갈아주기도 한다. 동짓날에 추수를 한 후 처음 거두어들인 나락을 조그만 단지에 가득 담는다. 이 단지를 ‘성주 단지’라 하는데, 안방의 윗목에 선반을 매고 그 위에 올려놓는다. 이듬해 칠석날에 단지의 나락을 꺼내서 올벼심리를 한다. 해마다 동일한 방법으로 위하며, 위하지 않으려면 장마가 졌을 때 단지를 물에 띄운다.

진안군 마령면 원강정 마을에서는 동짓날에 ‘동지맞이’를 한다. 보흥사 절에 기거하는 스님이 미리 쌀을 걷어서 동짓날에 보흥사에서 팥죽제를 지낸다. 이를 ‘동지 맞이’라고 하는데, 팥죽제를 모신 뒤에 팥죽을 마을로 가지고 와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다.

[소한]

음력 12월의 절기인 소한(小寒)은 동지와 대한 사이에 들며 음력 12월, 양력 1월 5일 무렵에 해당한다. 소한은 해가 양력으로 바뀌고 처음 찾아오는 절기이다. 절기의 이름으로 볼 때, 소한은 ‘작은 추위’이고, 대한은 ‘큰 추위’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대한 무렵보다는 소한 무렵이 훨씬 더 춥다. 24절기는 중국을 중심으로 구분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차이가 난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소한의 날씨가 대한보다 더 추운 것을 가리켜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 또는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라는 속담으로 표현한다. 이외에도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라거나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라는 속담으로 소한과 대한의 추위를 견주어 표현한다. 실제로 소한 무렵은 정초 한파(正初寒波)라 불리는 강추위가 몰려오는 시기이다. 농가에서는 소한부터 날이 풀리는 입춘 전까지 약 한 달 간 혹한(酷寒)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 둔다. 특히 큰 추위에 대비하여 가을 보리의 씨앗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대한]

대한(大寒)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의 절기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에서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 소한으로 갈수록 추워진다. 소한을 지난 대한이 일 년 가운데 가장 춥다고 하지만 이는 중국의 기준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사정이 달라 소한 무렵이 가장 춥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는 속담처럼 대한이 소한보다 오히려 덜 춥다. “대한 끝에 양춘(陽春)이 있다”라는 속담은 “고생 끝에 낙이 있다”는 속담처럼 힘든 고비를 참고 견뎌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는 시간상으로 대한이 지나면 추위가 물러간다는 절기상의 특징을 반영한 속담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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