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2017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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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음역 | HaeChu |
이칭/별칭 | 해치,회추,회치,히치,회초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경상남도 창원시 |
집필자 | 정정헌 |
[정의]
경상남도 창원 지역에서 봄과 가을에 온 동민이 인근의 해추산에 모여 온종일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노는 일.
[개설]
부녀자들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 창원 지역에서는 음력 3월 3일과 8월 16일경에 인근의 산과 계곡 등지에 부녀자들이 모여서 준비해 온 음식을 먹으며 해질 무렵까지 흥겹게 놀고 지냈다. 이 날을 해추[일명 해치, 회치]하는 날이라고 한다.
창원 지역의 천주산, 구룡산, 백월산, 태봉산 등은 모두 인근 사람들의 놀이와 만남의 공간이라는 공통점을 갖는 ‘해추하는 산’이다. 이들 해추산은 사방이 통하게 되어 있어 왕래하기 쉽고, 마을과 마을을 연결해 주는 고갯 마루를 갖추고 있다. 이 고갯 마루가 전통 사회에서는 마을과 마을 사이를 이어주는 유통로이자 사람들의 소통 공간이었다.
[연원 및 변천]
전통 사회의 여성들은 한번 시집가면 친정과 담을 쌓고 살아야 했다. 어머니가 시집 간 딸을 보고 싶어 하고, 딸이 나이 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심정이란 그 어디에도 비견될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은 아픔의 소통 기제로 해추, 중로 보기, 반보기라는 풍습이 생겨난 것이다.
[절차]
삼정자동[현 창원시 성산구]에서는 일 년에 두 번 해추를 한다. 봄놀이는 3월 삼짇날 무렵이며, 이때는 주로 마을 뒷산 정자나무 주변에서 솥을 걸어 두고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남녀노소 구별 없이 하루 종일 놀았다고 하며, 가을철 해추는 8월 16일데, 안민고개에서 했다고 한다.
또 삼귀동[현 창원시 성산구]에서는 삼월 삼짇날 마을 부녀자들만이 모여서 회치를 하는데, 장소는 마을 뒷산인 장구밭등과 아랫 고개 등이었다. 주로 부녀자들만 했기 때문에 남정네들은 마을 사랑방에서 놀거나 짚신을 삼으면서 소일했다고 한다. 해추 음식은 비빔밥과 나물종류, 탕수국과 술이었다고 하며, 노래는 주로 창가를 불렀는데 「쾌지나칭칭」, 「노들강변」,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등을 부르며 흥겹게 놀았다. 이런 해치 풍습은 1996년까지 행해졌는데, 배를 타고 안즌개와 초리섬 등에서 놀기도 하고, 1997년 이후부터는 아예 관광차를 대절해 멀리 여행을 가기도 했다.
동읍 다호리[현 창원시 의창구]에서는 천주산 옆에 있는 구룡산에서 자주 했는데, 이때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으며, 8월 16일이면 마을 구성원들 대부분이 함께 놀았다. 구룡산의 해추에는 동면 사람은 물론이고 북면, 멀리는 창원시 타지역 사람들까지 모여들어 일대 장관을 이루었다고 증언한다. 마치 큰 장터가 새로 서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 특히 젊은 남녀들이 많이 모였는데, 이 날만큼은 남녀가 서로 만나는 것을 허락해 주었기 때문이다. 고구마나 밤과 같은 여러 가지 먹거리들도 팔았기 때문에 돈만 가져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6·25 전쟁 이후 빨치산들이 구룡산을 본부로 정하면서 이 지역의 해추 풍습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북면 마산리[현 창원시 의창구]에서는 8월 16일 산남 뒷산과 백월산, 구룡산 등지에서 해추를 하는데, 이때는 이웃의 동면, 대산면, 북면 등 세 면에서 사람들이 몰려 북적거렸다고 한다. 이 날은 무엇보다 사람 구경이 제일 재미있었다고 하는데, 특히 마을 처녀들과 총각들이 많이 가기 때문에 처녀들한테는 일 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 중의 하나이자, 부모님이 옷을 한 벌 새로 장만해 주기도 할 정도로 당시에는 큰 출입으로 여겼다. 또한 옛 사화동[현 창원시 의창구]에서는 바쁜 농사철이 지나는 봄·가을에 꼼배기등에서 해추를 했는데, 이 산에는 상남면과 창원면, 웅남면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창원시 동읍 죽동리 산남 마을 뒷산이 태봉산인데, 이 태봉산을 예전부터 해추산이나 회초산 등으로 불렀다. 이렇게 부른 것은 추석을 지낸 8월 16일이면 이 일대 사람들이 태봉산에 모여 해추를 했기 때문이다. 산 정상에 오르면 넓은 대산평야와 구비구비 흐르는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이며, 전국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이름난 주남 저수지[일명 용산늪, 합산늪]가 한눈에 펼쳐진다.
이 태봉산 정상에 음력 8월 16일이면 인근에서 시집온 아낙들이 만나 하루를 보낸다. 마을 촌로들에 의하면, 음력 8월 16일이 되면 동읍은 물론이고 인근의 김해와 진영, 북면, 대산면, 칠원, 밀양, 본포, 본강 등에서 몰려온 부녀자들로 온 산이 하얗게 변했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 장관을 짐작할 수 있다. 단술과 떡은 물론이고 감 등을 팔기도 해 마치 장이 선 것 같았다고도 한다. .
추석 뒤끝이라 음식도 풍족하거니와,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모녀상봉으로 온 산은 이내 울음바다로 변하고, 하루 종일 아낙들의 한숨과 웃음소리와 노랫소리로 가득했다고 한다. 이런 풍경은 1960년대까지 계속되었는데, 도로가 생기고 자동차가 증가하면 차츰 사라졌다고 한다. 1991년부터는 매년 이곳에서 지역민의 화평과 풍년을 축원함과 어울러 전통을 계승하는 정월대보름 태봉산 달맞이 기원제가 열리고 있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해추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의 공간이기도 하며, 삶의 재충전 공간이기도 하고, 남녀 간의 자연스런 연애 공간이기도 하였다. 또한 모녀간의 애틋한 사연을 간직한 상봉의 공간이기도 한 복합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시집가지 않은 처녀들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이런 만남의 공간은 외연으로 확대되었는데, 처녀들에게도 이 날이 기다려지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한 해에 한 번 마련해 주는 새 옷을 입는 즐거움도 컸지만 무엇보다 인근의 떠꺼머리 총각 구경도 가슴 설레게 했기 때문이다.
이 날이면 한껏 예쁜 옷으로 치장을 한 부녀자들로 온 산이 가득했다는 촌로들의 이야기는 예전 부녀자들의 서글픔과 아픔을 표현하는 말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을 해추는 대개 추석 다음 날인 8월 16일 행해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추석 명절을 지낸 뒤끝이라 음식이 풍족하다는 점도 이런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