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1020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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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正初-十二支日 |
영어의미역 | New Year's First Twelve Zodiac Sign Days |
분야 | 생활·민속/민속,문화유산/무형 유산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충청북도 음성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정기범 |
[정의]
충청북도 음성 지역에서 정초에 행해지던 세시풍속.
[개설]
정초(正初)는 정월의 시초라는 말로서,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우리 조상들은 이 기간 동안 일을 쉬면서, 특별히 전승되는 의례를 치르며 한 해를 새롭게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12지일과 상일]
음성 지역에서는 정초의 10일 안에 지지(地支)에 따라 유모일(有毛日: 털이 있는 짐승의 날), 곧 쥐날[子日]과 소날[丑日], 호랑이날[寅日], 토끼날[卯日], 말날[午日], 양날[末日], 원숭이날[申日], 닭날[酉日], 개날[戌日], 돼지날[亥日]이 많이 들면 그 해는 풍년이 든다고 믿고, 반대로 무모일(無毛日: 털이 없는 짐승의 날), 곧 용날[辰日]과 뱀날[巳日]이 먼저 들면 그 해는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그리고 12지, 즉 지지(地支)에 의하여 설날부터 12일 동안을 각 일진의 상일(上日)로 하고, 그 기간은 농사일을 안 하고 쉬는 것으로 관례화하였다.
1. 상자일(上子日)
첫 번째 쥐의 날로, 쥐를 없애기 위해 들에 나가 논과 밭두렁에 불을 놓았다. 일종의 쥐불놀이로서, 횃불을 들고 나와 논이나 밭두렁의 마른 풀을 사르고 거기에서 콩을 볶아 먹으며, “콩복자 쥐복자.”, “쥐주둥이 끄스르자.”, “쥐주둥이 지진다.” 하고 소리치기도 하였다.
2. 상축일(上丑日)
첫 소날에는 소를 부리지 않고 말린 채소와 콩을 섞어 잘 먹였다. 밥이나 나물 같은 것도 갖추어 먹였는데, 소가 먼저 먹는 음식으로 한 해의 운수를 점치기도 하였다. 소날에는 특히 도마질을 하지 않았다.
3. 상인일(上寅日)
범날이라고도 하는 첫 호랑이의 날에는 호환(虎患)이 있을 수도 있다 하여 밖에 나가지 않았고, 따라서 이웃과도 왕래를 하지 않았다. 부녀자는 더욱 조심을 했는데, 만일 이날 남의 집에 가서 용변을 보면 그 집의 가족 중 누군가가 호환을 당하게 된다고 하여 엄히 금하였다.
4. 상묘일(上卯日)
첫 토끼날에 여자가 남의 집에 가면 재수가 없다고 하여 여자들은 바깥출입을 할 수 없었다. 이날은 남자가 먼저 일어나서 대문을 열어야 집 안에 복이 들어온다는 속신이 있었다. 이것을 철저히 지키는 집안에서는 남자가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밥을 지었다.
토끼날은 장수를 비는 날이기도 하여, 남녀 모두 명사(命絲)라 하여 명주실을 청색으로 물들여 팔에 감거나 옷고름에 매달고, 문의 돌쩌귀에 걸어 두며 오래 살기를 기원하였다. 또 상묘일에 실을 잣거나 옷을 지으면 장수한다고 해서 부녀자들은 실을 잣고 옷을 지었으며, 베틀이 있으면 한 번씩 밟아 보기도 하였다.
5. 상진일(上辰日)
첫 용날에는 부녀자들이 새벽 일찍 일어나 우물물을 길어 오기에 바빴다. 이날 새벽에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우물에 알을 슬어 놓고 간다 하여, 그 우물물을 제일 먼저 길어다가 밥을 지어먹으면 그 해 농사가 대풍이 든다는 속신 때문이었다. 이날은 특히 실 등 기다란 물건은 만지지 말라는 속신이 있어 머리도 감지 않았다.
6. 상사일(上巳日)
첫 뱀날에는 이발을 하지 않았다. 또 옷가지를 다루거나 땔나무를 옮기면 여름에 그런 곳에서 뱀이 숨어 있다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는 속신 때문에 빨래도 하지 않고 바느질도 안 하며, 땔나무도 부엌에 들이지 않았다.
7. 상오일(上午日)
첫 말날인 상오일에는 고사를 지내거나 장을 담갔다.
8. 상미일(上未日)
첫 양날인 상미일에는 특기할 만한 것이 없다. 이날은 무슨 일을 해도 해가 없는 좋은 날이라고 믿었다.
9. 상신일(上申日)
첫 원숭이의 날은 ‘사람의 날’이라고도 하여 바깥출입을 꺼리고 집 안에서만 활동하였다.
10. 상유일(上酉日)
첫 닭날에는 부녀자들이 일을 하면 손이 닭발처럼 된다고 하여 바느질을 하지 않았다. 또 여자들은 남의 집에 가지 않았는데, 이날 남의 집에 가면 그 집 닭들이 죽는다는 속신이 전한다.
11. 상술일(上戌日)
첫 개날에 바깥일을 하면 작물이 한창 자랄 때 개가 텃밭을 망쳐 놓는다는 속신이 있어 일을 하지 않았다. 또 이날 풀을 쑤면 개가 평소에 잘 토한다고 해서 풀을 쑤지 않았다. 개는 풀을 잘 먹기 때문에 개날에 풀을 쑤면 개가 탐식해서 해롭다고 한다.
12. 상해일(上亥日)
첫 돼지의 날에는 콩깍지나 왕겨로 얼굴을 문지르거나, 녹두를 갈아 비누를 만들어 세수를 하면 얼굴이 희어진다고 믿었다. 또 이날 바느질을 하면 손가락이 아리다 하여 금하고, 머리를 빗으면 풍기(風氣)가 생긴다 하여 금하였다.
13. 상인일(上人日)
정월 초이렛날은 ‘사람의 날[人日]’이었다. 원숭이날을 사람의 날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다르나, 상인일(上人日)의 인(人)과 상인일(上寅日)의 인(寅)이 음이 같아 상인일(上寅日)과 겸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인일에는 먼 길을 떠나던가 남의 집에 가서 자지 않았는데, 이날 손님이 와서 유숙을 하고 가면 일 년 내내 불운이 겹친다는 속신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남의 집에 가서 자거나, 손님이 집에 와서 묵게 되면 주인과 손님이 머리를 서로 반대쪽으로 두고 자야 불운을 막을 수 있다고 믿고 그렇게 하였다. 인일에 날씨가 좋으면 그 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현황]
정초의 12지일은 농업이 주업이었을 당시 지켜지던 일종의 금기였다. 음성 지역의 경우 삼사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초의 12지일에 대한 속신과 그에 따른 행사가 활발하게 행하여졌으나 오늘날에는 거의 지켜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초 12지일에 대한 관념마저 퇴색하여 찾아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