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마을을 그려보다

옛 마을을 그려보다

돋움 굴림 바탕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3C010201
분야	지리
지역	경상북도 칠곡군 동명면 남원리 남창마을
시대	근대/근대
집필자	최엄윤

수해가 나서 갑자기 마을이 유실되었다고 해서 추억마저 유실되는 것은 아니다. 1954년의 집중 폭우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난민으로 살아야 했던 남창마을 사람들, 특히 그 당시 어린아이였다면 어릴 적 뛰놀던 옛 마을에 대한 기억은 더욱 생생할 것이다.

2008년 10월, 추수가 끝난 가을 들녘에서 사공태 옹을 만났다. 옹은 남창마을의 추억을 가장 많이 기억하고 있는 입담 좋고 마음씨 좋은 해사한 분이시다. 벌써 몇 번째 만남에 지칠 법도 하건만 선뜻 가산산성 진남문 안에 있던 옛 남창마을로 발걸음을 가볍게 옮기시며 숨도 차지 않으신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주신다.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덧 진남문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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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산성 진남문

사공태 옹은 우선 진남문으로 들어가기 전 집중 폭우로 수해가 나기 전의 남문 모습을 기억하며 말씀을 해주신다. 진남문은 이전에 남문이라 불렀는데, 천장 부분이 돌로 되어 있었으나 수해로 떠내려간 뒤 1980년 복구할 때 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문을 들어서자마자 “여기서 보면 우리 마을이 동변, 동쪽에 있다고, 여기가 서변, 여(여기) 전부 집텁니다.” 하고 말씀하신다.

산성으로 들어서서 산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왼쪽이 서변, 오른쪽이 동변마을이었는데, 가운데 중앙대로까지 합쳐서 모두 60여 호의 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현재 동변마을은 대나무로 덮여 있고 서변마을 역시 초입의 텃밭 몇 개 외에는 허허벌판이다. 사공태 옹의 집은 동변마을에 있었다고 한다.

동변과 서변은 남문 바로 앞에 있는 대로에서 좌측으로 도랑이 흐르고 우측으로 실개천이 흐르면서 경계 지어졌다고.

지금은 허허벌판에 갈대숲만 우거져 있지만 남문을 들어서자마자 성벽 주위로 주막, 마을회관, 떡집 등이 있어 마을 중앙통으로서의 역할을 했고, 산 쪽으로 올라가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옛 남창마을 터

사공태 옹의 기억 속 마을 모습은 1872년에 제작된 「칠곡지도」와도 흡사한 모습이다.

동변과 서변은 가구 수가 각각 20여 호씩 비슷해서 동변, 서변으로 나뉘어 줄다리기며 씨름 같은 행사도 하고 그랬다는데, 1864년의 지도를 보면 동변에는 21호, 서변에는 20호의 가구가 그려져 있다. 게다가 동변마을은 대체로 집이 일렬로 서 있고 해원정사 부근의 서변마을에 세 채의 집이 외떨어져 있었다고 하신 말씀 역시 1872년 지도 모습 속에 나타난 동변, 서변의 마을 모습과 유사하다.

그리고 어르신이 그리는 기억 속의 지도와 1872년의 지도 속에 관찰사 이세재 불망비 근처, 공동우물 앞 다리가 같은 것으로 추정된다.

공동우물 내부

공동우물 외부

해원정사

이세재 불망비

서변마을에는 동사, 즉 오늘날의 마을회관이 현재 텃밭이 있던 자리에 있었고, 그 주위로 대장간이 현재 산불조심 푯말이 있는 곳에 있었다. 또 그 옆 현재 파란 천막이 있는 곳에 돌방아가 있었다고 한다. 돌방아란 커다란 맷돌을 일컫는데, 두 마리의 소가 끌어서 보리를 빻았다고 덧붙이신다.

중앙에 있는 길은 북창마을 사람들이 우암장, 즉 현재의 동명장으로 오고가던 길이다. 그 길을 따라 조금 오르다 보면 현재는 나무만 한 그루 덩그러니 남았지만 돌방아를 대신해 새로 생겼던 신식 방앗간이 있던 곳이다.

‘택택이’라는 기계로 쌀과 밀을 빻던, 5개 동의 사람들이 드나들던 방앗간이다. 그래서 기성동에서 남창마을 동생 집에 밀 빻으러 왔던 할머니 한 분은 수해에 떠내려가 시신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1954년 집중 폭우 당시 유난히 큰 피해를 입은 건 김해김씨 재실을 중심으로 동변의 아래 마을이었는데, 실개천 가에 있던 재실이 폭우에 넘어지면서 개천을 함께 무너뜨려 결국 수해 길을 만들게 된 것이다. 계속하여 해원정사 쪽을 오르다 보면 1864년 무렵 남창이 있던 자리쯤에 서당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회나무가 한 그루 있어 그네를 매어 동네 처녀들이 놀았다고 한다.

공동우물 있던 곳이 마을의 중간쯤으로, 위아래 사람들이 동이를 지고 와 물을 퍼다 마셨는데, 가산 쪽으로 한참을 더 가면 마을 끝에 우물이 하나 더 있었다고 한다.

남문에서 바라봐서 우측 언덕쯤에 산소가 보이는데 그곳이 옛날 씨름판으로 동네 청년들이 저녁마다 모여 씨름을 했다고.

현재는 물이 말라 없지만 산성 밖으로 흐르는 도랑은 금도랑이라고 불렀다.

금을 캐던 광산은 치키봉 방향으로 오르는 산 정상 근처와 도랑 왼편의 산 너머로 한참 들어가 하나씩 있었고, 그 금들을 모아 빻던 곳이 도랑 옆에 있었다. 금 빻은 물이 논밭으로 들어가면 농작물 피해를 주기 때문에 그 물이 도랑을 따라 마을 옆으로 빠져 나가게 했었는데, 금물이 나간다고 부쳐진 이름이 금도랑이다.

옛 남창마을 씨름판 자리

금도랑

그 외에도 사공태 옹은 성문 밖 가산산성 오르는 길을 따라 옛날 화약고 자리며 앤떼이라 불렀던 작은 폭포 자리까지 산을 한 바퀴 빙 돌며 동네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앤떼이가 있는데, 옛날에 돌 쌓아놓고 거서 폭포가 떨어지면 목욕하고 폭포도 맞고…… (중략) …… 총각들이 나무하러 왔다가 벗고 엎드렸으면 시원하이(해서) 좋은데 그라면 아가씨들이 와가지고 부끄러버가 빨리 비키라고(나가라고), 총각들 가고 나면 아가씨들도 와가지고…… 그립지요, 그 세월이 좋았다 싶으고…….”

옛 화약고 자리

폭포 자리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펼쳐지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남창마을로 들어서니 추수가 끝난 가을 들녘에 그리움이 지고 있는 듯하다.

다랭이논과 느티나무

느티나무

원당 다랭이논

가을을 맞은 원당 다랭이논

만추의 원당 느티나무

[정보제공]

• 사공태(남, 1933년생, 남창마을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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